2010년 3월 29일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님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요즘 넋이 좀 나간 거 같다.
엄마 모시고 숙선이랑 매화마을을 가기로 하고 숙선이는 용산역에서 출발, 우린 광명역에서 출발하여 만나기로 했다.
물론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여유 있게 출발하였다.
그런데 주차장에 내려가 보니 차를 뺄 틈이 없이 빽빽하게 2중주차가 되어 있었다.
7~8대의 차를 이리저리 밀고 나니까 15분이 훌쩍 흘렀다.
마음이 급해져서 출발하면서 갑자기 멍한 느낌이 왔다.
어떤 길로 가야지?
몇 번의 신호 위반을 하며 외곽순환도로를 탔는데 기분 나쁘게 새치기하는 차가 있어 앞지르기를 하며 마구 달렸다.
늦으면 안 되는데 자꾸 알짱거리는 이차, 저차.
시흥 톨게이트를 신나게 통과하며 빨리빨리 달려갔다.
그 때만 하더라도 내가 평소에 가던 길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조남분기점으로 들어서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다시 멍~~~
아차, ‘이젠 정말 늦었구나!’를 깨닫는 순간 제정신이 돌아왔다.
요즘 저녁 먹고 나면 졸음 쏟아져서 쓰러져 푹 자고 깨면 12시를 넘기고
잠이 안와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3~4시가 되어야 다시 잠이 들고 아침에 어렵게 일어나 출근하고...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을 근 한 달을 하고 나니 정말 멍~하다.
암튼 헤매다 광명역에 오니 8시 15분. 우리가 타려던 기차는 14분에 이미 지나간 후.
엄마랑 다른 열차라도 타고 가야할지, 아니면 집으로 가야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엄마는 단호했다.
가야지.
다음 열차가 9시 24분에 있고 그 기차로 익산 가서 무궁화호 열차로 환승해서 구례구까지 가면
매화마을까지 갈 수 있다는 관광버스 기사님의 말을 듣고 일단 표를 구입했다.
광명역 안의 써늘함이 뼛속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린 환승까지 하며 구례구역에 내렸는데 동생이 계속 순천에서 내리는 것이 더 빠르다고 문자를 보내왔기에
마지막으로 역무원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매화마을로 가려면 구례에서 가는 게 빠른지 순천에서 가는 게 편한지를....
아저씨는 갸우뚱하시더니 순천이라고 알려주셨다.
우린 타고 오던 열차에 다시 올라탔고 23분을 달려 순천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광양 홍쌍리 매화마을을 가자고 했더니 아저씨가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개인택시 아저씨는 친절하셔서 순천의 이모저모를 안내해 주셨다.
광양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섬진강이 보이는 매화마을 주변까지는 그런대로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달렸는데 2.5킬로를 남기고 밀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예 주차장처럼 차들이 길에 서 있었다.
숙선이랑 통화했더니 앞으로 30여분만 있으면 버스가 구례로 출발한단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1킬로 정도 남았다기에 엄마를 택시에 남기고 나는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걸어서 왔으니 길이 막혀 못 오시는 엄마도 금방 오실 거니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려고.
하필 휴대폰 배터리까지 방전되는 바람에 통화도 못하고 애만 태우는데
안내하는 동네 청년에게 부탁하여 휴대폰을 빌어 통화를 했다. 버스 번호가 1610번이란다.
헤매며 찾는데 버스 한대가 내 앞으로 다가왔는데 바로 1610.
두 팔을 저어 반가움을 표시하니 아저씨도 금방 알아보신다.
그 때 택시도 바로 도착해서 엄마도 만났고 동생과도 만나서 버스에 모두 모였다.
버스 안에 사람들은 이제야 가족상봉이 이뤄졌다며 박수 치며 축하를 해줬다.
긴장했던 탓에 버스에서 코 골며 잠에 빠졌다.